최근 국내외 정세는 원자력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연합(EU)에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는 등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심화하는 기후위기는 원자력 이용을 전기 생산 이외 다른 분야까지 확대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또 우리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이들 문제의 동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원자력 활동의 폭과 깊이를 지금보다 넓히고 깊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 폭과 깊이가 미국과 1956년 맺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지금은 두 차례 개정을 거쳐 2015년 체결된 협정이 발효 중이다. ‘2015 협정’이 과거 협정들에 비해 나아졌지만, 최근의 급격한 환경 변화를 다 담아내기는 어렵다.
내년 1월이면 사업가적 기질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므로 양국이 주고받는 ‘빅딜’을 통해 2015 협정의 조기 개정도 가능하다. 2015 협정의 만료 기한은 2035년이나, 일방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 개정 협상을 할 수 있다.
개정 방향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원전의 지속적 이용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핵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을 포함한 안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세계적 원전 수요 증가로 만성적 우라늄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특히,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우라늄 농축이 그렇다. 협정 개정을 통해 국내 우라늄 농축시설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시설도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면, 현재 개발 중인 비경수형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연료 공급과 함께 국내 일부 원전이 겪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부족 해결을 위한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서, 해외 위탁 재처리에 관한 구체적 사항도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둘째, 원자력의 이용 다변화를 지원해야 한다.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 생산을 비롯해 산업 및 수송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노후 화력발전소 대체, 친환경 선박 건조, 공정 열 및 수소 생산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이들 분야에서 원자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특성에 맞춰 SMR을 개발·실증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허가 체계도 필요하다. 이는 양국 모두 처한 문제이기에, 공동 대응 필요성이 크다.
셋째, 초격차 원전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체코 원전 건설사업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처음부터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했기 때문에 서방권 국가인 우리나라와 프랑스, 미국이 경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러시아·중국과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큰데, 우리나라나 미국이 단독으로 두 나라와 경쟁하는 것은 버겁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갖고 있어 양국의 협력은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한 팀으로 활동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양국이 ‘원전수출합작투자회사(Joint Venture)’를 설립하고, 양국 원전 공급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24. 12. 16.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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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이용 다변화… 새로운 ‘한·미 협정’ 필요하다[기고]
원자력 이용 다변화… 새로운 ‘한·미 협정’ 필요하다[기고]
■ 기고 -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최근 국내외 정세는 원자력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연합(EU)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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