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덕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의 바닷가에 흔히 자라는 나무다. 대극과에 딸린 중간키나무로 따뜻한 남쪽지방의 바닷가에 더러 자란다. 예덕나무라는 이름은 예절과 덕성을 모두 갖춘 나무라는 뜻이다. 잎은 오동잎처럼 넓고 6-7월에 담황색 꽃이 이삭모양으로 피고 가을에 진한 갈색 열매가 익는다. 추위에 약하여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을 나지 못한다.
예덕나무는 한 때 일본에서 암 특효약으로 알려졌던 나무다. 예덕나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수십 년 전에 일본에 '오스까' 라는 명의가 살았는데 그는 배를 만져서 질병을 진단하는 이른바 복진법(腹診法)과 장중경의 상한론(傷寒論) 처방을 활용하여 수많은 암환자를 비롯 온갖 난치병을 많이 고친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오스까 선생의 집 주변에 한 돌팔이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은 의학공부를 한 적이 없었으면서도 오히려 오스까 씨보다 더 많은 암환자를 고쳤다. 오스까 씨는 틀림없이 그 노인한테 특별한 비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 뒤에 암을 고칠 수 있는 처방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노인은 뜻밖에도 선선히 약을 가르쳐 주면서 이것을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을 구하던지 아니면 혼자서 알고 환자들을 고치던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다. 오스까 선생은 그 노인이 돌아가신 뒤부터 그 노인이 일러준 대로 약재를 구하여 환자를 치료하였는데 그 효과가 매우 좋았다. 노인이 수많은 암환자를 치료한 약은 다름 아닌 예덕나무였다.
예덕나무는 특히 위암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담즙을 잘 나오게 할 뿐만 아니라, 고름을 빼내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몹시 세다. 또 신장이나 방과의 결석을 녹이고 통증을 없애는 작용도 있다. 갖가지 암, 치질, 종기, 유선염, 방광이나 요로의 결석 등에 치료약으로 쓸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예덕나무 잎이나 줄기껍질을 가루 내어 알약이나 정제로 만들어 약국에서 암치료제로 판매하고 있다.
예덕나무의 순을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이른 봄철 빨갛게 올라오는 순을 따서 소금물로 데친 다음 물로 헹구어 떫은 맛을 없애고 잘게 썰어 참기름과 간장으로 무쳐서 먹으면 그런 대로 맛이 괜찮다. 약으로 쓸 때는 잎, 줄기, 껍질을 모두 사용한다. 위암이나 위궤양 등에는 15-30그램을 물 2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물이 3분지 1이 될 때까지 달여서 하루 3번에 나누어 복용하고, 치질이나 종기, 유선염 등에는 잎이나 잔가지 1킬로그램을 물 6-8리터에 넣고 5분지 1이 될 때까지 달여서 뜨겁지 않을 정도로 식힌 다음에 아픈 부위를 씻거나 찜질을 한다. 하루 3-5번 하면 효과가 좋다. 뜸을 뜬 뒤에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면 예덕나무 생잎을 태워 가루로 만들어 아픈 부위에 뿌리면 잘 낫는다.
예덕나무 껍질에는 베르게닌 성분이 들어 있어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있고 잎에는 루틴이 들어 있어서 혈압을 낮춘다. 이밖에 알칼로이드 성분과 이눌린 성분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덕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서 제법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약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장병 환자한테 예덕나무를 복용하도록 많이 권해 보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예덕나무는 이름 그대로 훌륭한 예절과 덕성, 그리고 뛰어난 약효를 감추고 있는 나무이다.
2005, 5, 9. 운림. 최진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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