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맛&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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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마음을 안고 떠난 여행. 여행지의 풍치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먹을거리 또한 늘 고민거리다. 어렵게 찾아 들어간 그럴 듯해 보이는 식당에서 그렇고 그런 음식 때문에 느끼는 실망감이란…. 여행지에서의 맛집은 때론 그곳의 인상까지 좌우할 정도로 적지 않은 요소가 됐다. 긴 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 두 번 이상은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점. 그저 잠시 멈춰 간단한 요기를 하는 곳으로만 여겨 온 곳이다. 게다가 음식 맛 또한 별로라는 게 그간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여행의 절반은 길에서 보내는 법. 아무리 잠시 머무는 곳이라 해도 휴게소 자체도 엄연한 여행지다. 한층 높아진 여행객의 맛집에 대한 관심도에 맞춰 휴게소 음식점도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다.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도 이제 만만하지 않다.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를 시작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휴게소를 알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올해 다섯 번째로 해마다 열리는 휴게소 음식 맛자랑 경연대회도 그 중의 하나다. 맛자랑 경연대회 수상작들은 적당한 가격에 지역특색을 살린 각종 음식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굳이 수상작이 아니더라도 음식 맛들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일부러 특정한 휴게소만을 찾는 마니아도 생길 정도다. 맛집만큼 입소문이 무서운 곳이 없다. 오가는 여행길에 한 번쯤 들러 품평회라도 해보면 어떨지…. 글=장재건 기자 jjk@kookje.co.kr 그래픽=이재민 기자 eif2002@kookje.co.kr 편집=신귀영 기자 kyshin@kookje.co.kr 손현진 기자 hjsson@kookje.co.kr |
우동·김밥만 먹는 당신… 별미를 놓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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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엔 전국의 갖가지 음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 현장이다. 140개에 달하는 휴게소에서 예선을 통과한 41개 음식이 치열한 경합을 벌여 12개 음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와 지난해 수상작을 중심으로 저마다 지역적 특색과 맛을 갖춘 음식들을 소개한다 1.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순천 방향) # '진영단감 왕갈비찜' 단감과 갈비,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들이다. 진영은 단감으로 유명한 곳. 또한 진영 국도변은 예전부터 이름난 갈비집이 많았다. 이 두 가지 지역 특산물에 착안해 두 음식의 궁합이 맞춰졌다.
단감 왕갈비찜 맛의 핵심은 단감을 첨가한 양념장에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한 단감을 첨가한 양념장은 달콤한 맛에 담백함이 잘 어우러진다. 특히 고기의 느끼한 냄새와 텁텁한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반찬으로 나오는 샐러드도 오이 대파 오렌지 비트에 단감을 첨가해 독특한 맛을 냈다. 단감을 첨가한 영양갱이 후식으로 나온다. 진영휴게소 서충성 팀장은 "아직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하루 60~70개가 팔리고 있다"며 "비싸다고 인식되는 갈비찜을 적당한 가격과 특색있는 맛으로 개발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대상 수상. 7000원. 2.경부고속도로 언양휴게소(서울 방향) # '청정야채, 버섯 품은 비프롤' 음식 이름 치곤 꽤 길다. 언양 한우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 하지만 휴게소 음식은 아무리 맛이 중요해도 일반 음식점처럼 오래 앉아 먹을 수는 없다. 때문에 지역 특산물인 한우를 간단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개발했다.
비프롤은 한식 메뉴인 언양 한우고기를 양식과 접목한 웰빙 퓨전요리라는 게 가장 큰 특징. 소 등심을 깔고 야채, 버섯, 모짜렐라 치즈, 파프리카 등을 넣어 롤을 만 뒤 튀겨냈다. 양식이지만 우리 입맛에 맛게 영남알프스에서 나는 각종 야채를 첨가, 신선한 맛이 난다. 스프 또한 흑미쌀과 마, 은행으로 만들어 양식처럼 느끼하지 않고 구수한 한식 맛이 느껴진다. 휴게소 음식 특성상 아이들이 먹을 만한 것이 많지 않은데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게 휴게소 측의 설명이다. 2006년 금상 수상. 6000원. 3.남해고속도로 섬진강휴게소(부산 방향) # '청매실 치즈 돈가스' 매실과 치즈의 조화. 치즈를 첨가한 돈가스는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여기에다 광양지방의 특산물인 매실을 덧붙인 게 특징이다. 등심을 다져 칼로 흠집을 낸 뒤 매실장아찌와 치즈를 곁들여 튀겼다. 치즈와 함께 씹히는 매실장아찌의 맛이 상큼함을 더해준다. 내년 1~2월중 판매 예정. 6000원. 4.88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대구 방향) # '지리산 흑돼지 허브된장불고기' 지리산 깊은 산골에서 주로 키우는 흑돼지를 토속적인 불고기로 개발한 음식. 토종 흑돼지를 토속 된장으로 양념해 돼지고기 냄새를 없애고 육질도 부드럽게 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다 쑥과 허브 등을 곁들여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6000원. 5.경부고속도로 평사휴게소(부산 방향) # '파프리카 수제비&보리밥'
비타민C가 풍부한 고랭지 식물인 파프리카를 밀가루와 함께 반죽해 만든 웰빙 식품이다. 육수에 각종 야채와 해산물을 넣고 끓여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수제비만 먹을 경우 3500원. 수제비와 궁합이 맞는 보리밥을 첨가할 땐 4500원. 6.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휴게소(통영 방향) # '흑염소 김치찜 떡갈비 정식'
덕유산 등 산골의 흑염소를 재료로 김치찜과 떡갈비를 만든 독특한 음식이다. 김치찜은 마늘과 설탕 등 양념을 한 묵은 김치에 흑염소 고기를 넣고 쪄 고기에 묵은 김치의 맛이 잘 배어난다. 정식 한 상에 김치찜과 떡갈비가 같이 나온다. 6000원. 7.대전·통영고속도로 산청휴게소(상·하행선) # '영양 가득 한방영양굴밥' 지리산을 품은 산청은 약초의 고장. 각종 한약재가 풍부한 곳이다. 여기에다 멀지 않은 남해산 청정 굴을 첨가한 독특한 음식이다. 통상 굴밥은 여러 곳에서 맛을 볼 수 있지만 여기에 한방 재료를 첨가한 것이 가장 큰 포인트.
한방굴밥은 밥을 지을 때부터 재료가 첨가되는 독특한 요리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즉 보통 물이 아니라 굴을 삶은 육수에다 당귀 등 한약재를 넣고 밥을 지어 밥 자체에 굴과 약재의 맛이 배어 있는 것. 이렇게 지은 밥에다 삶은 굴과 함께 밤 대추 은행 호박 등을 얹어 맛을 더했다. 거기다 밥을 비비는 간장 소스 또한 6~7가지의 한약재를 달여 만들었다. 2005년 동상 수상. 6000원. 이 휴게소의 '허준 한방라면'도 인기다. 5가지 약초를 3시간 이상 우린 육수에 라면을 끓이고 밤 대추 인삼 은행 등을 얹어 간단한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2004년 금상 수상. 3500원. 8.호남고속도로 백양사휴게소(순천 방향) # '해초 비빔밥' 휴게소에서 가까운 전남 완도산 해초류를 이용해 개발한 비빔밥이다. 돌가사리 물미역 다시마 진두발 등 각종 청정 해초에 초고추장을 섞은 비교적 간단한 음식이지만 통상적인 산나물 비빔밥과는 달리 바다의 맛과 향이 진하게 밴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2006년 동상 수상. 5000원.
요즘같은 겨울철엔 이 휴게소의 '매생이탕'도 권할 만하다. 매생이는 주로 남도지방에서 채취되는 파래와 유사한 해초류. 특히 매생이는 우주식량으로 지정될 정도로 영양가가 많은 데다 요즘이 제철이다. 초록빛깔 바다 맛이 물씬나는 걸쭉한 탕은 애주가들의 속풀이로도 그만이다. 9.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부산 방향) # '소백산 약초 봉계탕' 소백산 지역에서 채취한 각종 약재와 닭을 이용한 특별 보양식이다. 엄나무 칡 당귀 등 약초와 닭을 함께 끓여 육수를 만든 뒤 닭고기와 뼈를 분리한다. 육수에다 닭고기 인삼 대추 마늘 찹쌀 등을 넣고 다시 끓여 약초 맛이 깊이 배어 있다. 닭뼈를 제거한 살만을 제공해 시간이 없는 고속도로 고객이 빠른 시간내 먹기에 적합하도록 개발했다. 8000원. 10.경부고속도로 경주휴게소(부산 방향) #'봉계 한우 우장탕' 경주 인근 한우로 유명한 봉계 한우의 내장을 끓여낸 탕으로 오랜 운전으로 피로한 운전자에 안성맞춤인 영양식. 질 좋은 한우의 내장을 장시간 고아 특유의 냄새를 제거한 뒤 소뼈와 한약재를 우려낸 육수가 일품이다. 6000원. 글=장재건 기자 jjk@kookje.co.kr |
'안되는 게 없는' 휴게소의 변신
'안되는 게 없는' 휴게소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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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가 밥만 먹는 곳이라고? 예전에야 간단한 음식 위주로 바쁘게 한 끼를 때우는 곳으로만 인식돼 왔지만 요즘은 한마디로 '멀티 타운'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음식 말고도 고객을 끌기 위한 건강 문화 비즈니스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휴게소 내 '비즈니스 센터'는 이제 고속도로에선 빠질 수 없는 공간이 됐다. 각종 관광안내 지도 비치와 무료 배포는 물론 급한 업무를 처리하는 이동 사무실로도 손색이 없다. 휴게소마다 설치된 비즈니스 센터에선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다 워드 업무 및 팩스 전송까지 가능하다. 일부 휴게소에는 무선 인터넷을 설치, 노트북도 이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센터 내 인터넷에선 도로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고속도로 정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남해선 진영휴게소 등 6곳에는 전국 고속도로 및 인근 지역 고속도로 상황을 볼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다. 경부선 언양휴게소(서울 방향)의 경우 '전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고속도로 운행중 길을 잘 모르거나 정체 상황 등을 알고 싶을 때 전화(052-264-1170)를 해 현재 위치, 목적지 등을 말하면 컴퓨터로 검색해 정확한 길을 안내해 준다. 예전의 경우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화물기사를 위한 전용 공간이 위주였지만 지금은 일반 이용객을 위한 휴게 공간이 부쩍 늘어났다. 무료 샤워장이 대표적인 경우로 경부선 언양휴게소 상하행선, 칠곡휴게소(서울 방향)등 6곳에서 운용 중이다. 유아들을 위한 공간인 어린이 놀이방, 기저귀방(경부선 안성휴게소 서울방향)이나 수유실을 갖춘 유아방(경부선 안성휴게소 부산방향)을 운용 중인 곳도 있다. 문화 레저공간도 확산 추세다. 경부선 추풍령휴게소(부산 방향)엔 코인 노래방, 동물농장이 있으며 중앙선 군위휴게소(춘천 방향)엔 동물농장, 무료 헬스장은 물론 매주 토요일 공연하는 실내 라이브무대까지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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