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자료

하동 주산 - 가져온 글

無心이(하동) 2019. 6. 10. 10:48

아래 글은 부산일보에 게재된 하동 주산 글로(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090708000219)

여기 길마재 바로 위쪽에 걸쳐진 산줄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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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213> 하동 주산

낙남정맥에 산줄기 걸친 '지리산의 큰아들'

  



주산은 '지리산의 큰아들'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지리산의 특징인 산죽이 능선 좌우로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주말마다 산을 찾는 등산 마니아들은 가족들을 떼 놓고 혼자 산행을 가기 일쑤다. 가족 단위로 집에서 가까운 뒷산을 오르는 경우도 많지만 아무래도 장거리 등산은 힘이 들다 보니 가족 단위 등산객들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가까운 뒷산도 함께 찾기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말 오전 등산 배낭을 만지작거리는 가장에게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막상 가족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고 해도 등산을 하는 5~6시간 동안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 끝에 주말 산꾼인 가장과 가족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산을 찾다가 발견한 산이 바로 경남 하동의 주산(해발 831m)이다. 

주산 자체는 가족 단위로 쉽게 오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산은 아니다. 지리산을 벗어나자마자 만날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인 데다 낙남정맥에 산줄기를 걸치고 '지리산의 큰아들'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제법 가파른 된비알을 감추고 있다. 

길마재·7중대고지, 한국전쟁 빨치산 흔적  
옥종면에 위치한 야외 물놀이 시설 '인기'
 

이런 산을 가족들과 함께 찾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한 것은 바로 주산이 자리 잡고 있는 하동군 옥종면에 위치한 온천·워터파크 시설이다.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여름철 야외 물놀이와 함께 온천까지 즐길 수 있고 주말 산꾼들은 산꾼들대로 산을 타고 난 뒤의 뿌듯함을 즐길 수 있다면 윈-윈 게임이 아닐까. 겨울철엔 산행과 온천을 묶어 한데 즐기러 와도 무방할 듯하다. 물론 물놀이가 불가능한 겨울철이라면 가족 동반 나들이는 쉽지 않겠지만. 

산행 들머리는 옥종면에서 궁항리 방면으로 1014번 도로를 따라 가다 궁항지(호수)를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날 수 있는 궁항마을의 궁항교다. 산행코스는 이 궁항교에서 시작해 백궁선원~헬기장~주산 정상~길마재~553봉~7중대고지~대나무밭~버스정류장을 지나 궁항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휴식 포함 6시간가량 걸린다. 

궁항교를 조금 못 미쳐 오른쪽으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 들어가는 것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궁항교가 가로지르는 개울이 맑은 데 대해 감탄을 하며 임도를 오르기 5분 만에 길은 오른쪽으로 산을 에둘러 올라간다. 군데군데 갈림길이 있으나 왼쪽으로 산을 오르는 방향을 따라 올라가면 되므로 크게 헷갈리지는 않는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지점 왼쪽으로 백궁선원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당초 계획은 백궁선원 왼쪽을 가로질러 날등을 곧바로 올라타는 것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백궁선원 측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해 놓았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 산길을 더듬어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백궁선원을 오른쪽으로 빙 둘러 올라가는 산길이 있을지 불안했으나 나침반을 이용해 북쪽으로 길을 잡자 8분 만에 왼쪽으로 주산을 올라가는 마루금이 보이며 산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리산의 특징인 산죽이 조금씩 등산로 좌우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산길을 17분가량 올라가자 헬기장이 보인다.

헬기장에서 5분가량 더 올라가면 갈림길. 오른쪽은 산청군 갈치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이 주산을 올라가는 능선을 타는 길이다. 이제부터 제법 된비알을 오를 생각을 하는 게 좋다. 군데군데 마루금을 벗어나 사면길로 가는 비교적 편안한 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리가 팍팍해지는 이 구간은 25분가량 계속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마침내 주산 정상에 다다른다. 오른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능선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지만 잡목이 우거져 전망 포인트로는 조금 약한 것이 옥에 티. 

헬기장이 있는 정상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을 15분가량 내려가면 안부가 나오고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20여 분 뒤 산길 왼쪽 아래로 산약초재배지라며 출입금지 표지를 달아놓은 철망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산길은 길 양옆으로 산죽이 무성해지며 주산이 왜 지리산의 큰아들인지를 각인시켜 준다. 20여 분 뒤 된비알을 만나고 다시 20분가량을 더 올라가면 766봉에 이른다. 이곳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포인트. 왼쪽(남쪽)으로 꺾어 내려가야 낙남정맥 줄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벌로 인해 길이 희미해졌으므로 능선을 잘 더듬어 내려가야 한다. 10분 뒤 잘록이를 지나 다시 3분을 올라가면 낙남정맥 분기점에 닿을 수 있다. 왼쪽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리본이 낙남정맥의 인기를 대변한다. 온갖 사연이 담긴 리본의 글을 읽으며 왼쪽으로 길을 꺾어 내려간다. 여기서부터는 수많은 산꾼들이 오가며 닦아놓은 낙남정맥의 산길을 가게 되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전혀 없다.

30분 뒤 무덤을 지나면 바로 앞에 산과 산 사이를 시멘트길이 가로지르고 있는 부분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길마재.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출몰지로 유명했던 이 길마재 건너편 전신주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다시 길을 재촉한다. 

10여 분간 산길을 오르자 눈앞이 확 트이는 산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하나 놓여 있다. 553봉이다. 오른쪽 멀리 하동호의 모습까지 뚜렷하게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이번 산행에서 찾은 최고의 조망지점.

산불감시초소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10분가량 길을 내려가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면 7중대 고지를 찾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과 얽힌 지명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7중대 고지는 오르막길에서 마주치는 고인돌 모양의 바위를 지나 산죽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무성한 지점을 지난 지점에 위치해 있다. 

7중대 고지를 조금 지난 지점부터 왼쪽으로 길을 꺾어 내려간다. 약초꾼들이 오가던 희미한 길이 있으므로 하산길은 평탄한 편에 속한다. 20여 분이면 대나무숲에 도착한다. 대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6분 만에 큰 길과 마주친다. 바로 아래에 산행을 시작했던 궁항마을이 보이면 산행은 끝이 난다. 궁항마을에서 궁항교까지는 약 1.2㎞.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