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Behind Books
2008/12/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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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 지도상에 능선을 따라 그은 선. 즉 능선의 지도상 표시 (1993년 제안 당시의 정의) 마루금 : 능선을 이은 선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의미) |
'산줄기의 선'이라는 뜻을 말로 표현하려면 우선 ‘능선(稜線)’이라는 용어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능선’은 자연 상태의 산에 적용할 때만 자연스럽다. ‘방에 쪼그려 앉아 다음에 산행할 능선 길을 지도 위에 표시하는 일’을 “지도에 능선을 그린다”고 말하면 어쩐지 어색하다. 입에 붙지 않을 뿐 아니라 의미 전달에 혼선이 오기도 한다.
왜 그런가 하고 원리를 생각해봤더니 이렇다 - 능선과 대비되는 용어는 계곡이다. 능선이라는 용어에 ‘선(線)’ 자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선(線, line)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계곡에 대비한 자연 지형을 칭하는 용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에 그리는 선’이라는 의미로써 ‘능선’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어색해지는 것이다. 이 경우,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능선선을 그린다”고 하면 오히려 의미전달이 더 쉽다. 즉 ‘능선’이란 용어 자체에는 선을 의미하는 성분이 별로 없다.
해당하는 용어를 고민 고민하다가 일본의 독도법 책을 베낀 어떤 책에서 마침내 ‘지성선(凸線)’이라는 용어를 찾아냈다. 이 단어를 “지도에 지성선을 그린다”는 식으로 적용해 보면, 맞다! 정확한 용어다.
근데, 거참 이상하게도, 그게 적합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그 단어가 주는 어감이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싫었다. 마치 소설가 이문모의 칼럼을 읽을 때 같은 오욕질이 났다. 살면서 특정 단어에 대해 이처럼 극렬한 저항감으로 무장했던 기억은 흔치 않다(명바기 같은 고유명사 말고, 보통명사의 경우~).
‘아무래도 말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산경표나 백두대간 종주 이야기를 하려면 계속 필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쥐어짜다가 ‘산마루를 이어가는 선’이라는 뜻에서 ‘마루금’ 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래 마루금~ 얼마나 부드러운가. 모두, 이렇게 말해 보자 - “지도에 마루금을 긋는다” 얼마나 입에 쩍쩍 붙는가.
이렇게 해서 탄생한 ‘마루금’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산경표를 위하여 (원판)> 11쪽 오른쪽 아래 구석이다. 내가 만들기는 했지만 낯 뜨거워 원작자란 말은 차마 책에 넣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공개방송’을 하고 있는 지금은 낯이 무척 두꺼워졌다ㅜㅜ^^)
'마루금' 용어의 원전 _ <산경표를 위하여 (원판)> 11쪽
마루금이란 용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꼭 필요한 용어였기 때문이다. 사실 백두대간 종주에 관한 글을 작성하는 동안 ‘마루금’이란 단어가 없으면 거의 문장 진행이 안 될 지경이다. 위 상자에서 보듯 제정 당시에는 ‘지도상의 선’으로 그 의미를 한정했었지만, 지금은 필드 즉 실제 산행에서도 유사한 개념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즉 “마루금을 탄다”는 말은 “능선 종주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이 포스트를 쓰는 동안 검색창에 ‘마루금’을 쳐보았다. 마루금 쇼핑몰, 마루금 산악회, 마루금 원정대, 마루금 카페~ 참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사실 내게 책도 책이지만 이 마루금이라는 용어도 보람된 작업의 하나였다. 그렇다고 향후 신조어 남발에 매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새로운 말 만들기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 아니면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처신이다. 검색 도중 네이버 지식IN에서 다음과 같은 문답을 봤다.
질문 _ “백두대간 용어 중에 ‘마루금’이란 게 있는데 마루금이 뭐예요?”
대답1 _ “마루금이란 길게 늘어선 산줄기가 아닐런지. 제 생각에 표준어는 아닌 것 같고 ‘마루’란 말에서 파생된 것은 아닌지”
대답2 _ “능선을 뜻하는 (능-마루, 선-금) 우리말인 것 같습니다.”
이제 원저자가
오리지널 사운드
로 대답해 준다 _ “‘마루금’ 이란 용어는 1993년, 조석필이 <산경표를 위하여> 책에 처음 고안하여 제안한 용어입니다. 마루금은 ‘능선의 선’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산줄기를 이은 선’이지요. 제안 당시에는 지도상에 그은 선으로 그 의미를 한정했었지만 지금은 의미가 확장되어 실제 산행에서도 같은 뜻으로 사용됩니다. 즉 ‘지도에 마루금을 긋는다’는 말은 ‘지도에 대간이나 정맥의 선을 그어 넣는다’는 뜻과 같고 ‘마루금을 탄다’는 말은 ‘능선 종주등반을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림에서 굵은 선이 능선의 선, 즉 마루금이다. 마루금 사이에 끼어있는 연한 선이 계곡, 즉 골금이다.
1993년 마루금에 대비하는 용어로서 '골금'도 함께 제안했었지만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아마 계곡/강은 지도에서 이미 선(線)으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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