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울산 맛집

無心이(하동) 2009. 7. 8. 16:29

울산의 문수경기장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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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 서쪽 방향으로 돌리면 크고 작은 산과 들이 눈에 들어온다. 울산 먹거리의 큰 틀은 동회서육(東膾西肉)으로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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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횟집들=정자항~주전해변~방어진으로 이어지는 동해 앞바다에는 싱싱한 활어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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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에는 횟집들이 한 곳에 몰려 '거리'나 '타운'을 이루기보단 정자.주전 해변의 경치좋은 곳에 드문드문 떨어져 있다. 손님도 대부분 단골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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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굳이 식당 앞에 나와 지나가는 승용차를 가로막는 '삐끼'도 나설 이유가 없다. 전국의 다른 유명 횟촌과 달리 편안하고 한적하게 회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을 갖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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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로 내려가면 고래고기도 있다. '열두가지 고래고기 맛'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고래고기는 코 끝에서 꼬리 끝까지 빼놓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며 그 맛도 제각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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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는 사람은 특유의 냄새에 덥석 달려 들기 어렵다. 울산 토박이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고래 맛을 알아야 진짜 울산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살코기는 참치살과 쇠고기의 중간쯤 되는 사치스러운 맛인 만큼 울산에 왔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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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포경(捕鯨) 금지 조치 이후 장생포의 고래고기집들이 하나둘 문을 닫아 이제는 서너 곳만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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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불고기.소금구이=울산의 서쪽에선 우리나라 쇠고기 중 으뜸으로 꼽는 언양.봉계 한우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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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읍네에 들어서기 무섭게 온 동네에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작은 시골읍내에 불고기집이 40여곳이나 되니 그럴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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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의 쇠고기 요리는 불고기. 살코기를 다져 마늘과 갖은 양념을 하고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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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빠지고 숯향이 밴 언양불고기의 본토 맛엔 생고기의 신선함과 풋풋함이 가득하다. 언양의 불고기 값은 일인분(1백80g)에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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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서 경주 방향으로 35번국도를 따라 30여분 달리면 봉계에 이른다. 봉계에서는 고기를 도톰하게 썰어 숯불 석쇠 위에 올리고 소금을 뿌려가며 굽는 소금구이가 더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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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링(흰색 무늬 섞임)이 잘된 선홍빛 고기는 약간 질긴 듯 씹는 맛이 좋다. 작은 마을에 60여곳의 고기집이 있는데 소금구이 값은 일인분에 1만3천원(1백50g). 낙엽살 등 좋은 부위는 1천원 정도 값이 뛰지만 그나마 그 부위가 떨어지면 맛도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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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계 종점식당 안영도 사장은 "언양이나 봉계의 쇠고기는 인근에서 키운 3~5년된 암소 한우로 냉동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기"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종업원이 고기를 낼 때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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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음식의 집합지=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의 메카인 공업도시. 그러다보니 본토박이보다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고, 음식 역시 전국 각지의 것들이 다양하게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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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울산산업대학 호텔조리과 채영철 교수는 "울산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살다보니 서울처럼 전국의 음식이 총집합한 곳"이라며 "그러나 같은 음식이라도 경상도 지역 특성에 맞춰 짜고 매운 맛이 강해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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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유지상 기자<yj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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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볼만한 맛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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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집(052-275-6947)=울산 사람들이 너나없이 "울산을 대표할 만한 맛집"이라고 추천하는 곳. 시할머니→시어머니→며느리→딸로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비빔밥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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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에 콩나물.고사리.시금치.미나리.무나물 등 야채와 육회.미역.전복까지 얹고 5천원만 받는다. 값과 맛을 따지면 전국의 어느 유명 비빔밥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비빔밥을 먹기 전에 맑은 국물에 만 묵채(2천원)를 빼놓으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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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할매집(052-274-6894)=갈치가 곁들여진 한정식집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다. 식탁에 앉으면 구수한 숭늉이 오르고 이어 쌉쌀한 맛의 팥죽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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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식혜.코다리찜.메밀묵 등 다양한 반찬에 갈치찌개나 갈치구이가 식탁의 중앙을 차지한다. 이 곳의 갈치찌개는 조림에 가까운 형태로 시래기 위에 두툼한 갈치 몇 토막과 무.두부를 넣어 푹 익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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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비벼 먹도록 콩나물 등 네가지 나물을 담은 대접도 나온다. 갈치찌개 정식.갈치구이 정식이 각각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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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돼지국밥(052-273-1194)=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앤 돼지 머리고기 국밥으로 울산 시민들의 속풀이를 맡고 있는 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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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대신 이 집만의 노하우가 숨겨진 된장을 쓴 것. 이 된장 덕에 주인이 1999년 울산의 신지식인으로 뽑혔다고. 뼈를 고운 국물에 돼지고기와 부추.파가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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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이 좋은 사람들은 '땡초'란 손가락만한 풋고추를 달라고 해서 먹는다. 한그릇에 4천원이며, 24시간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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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지 회직매장(052-201-4040)=방어진 꽃바위에 있는 횟집인데 가자미 물회(1만원)로 유명하다. 대접에 가늘게 채 썬 배.오이.당근 등을 넣고 그 위에 가자미회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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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과 물을 덥석 부어서 말아 먹는 사람도 있는데 제대로 먹는 법은 그렇지 않다. 우선 초고추장만 넣어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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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가자미회 등 재료에 골고루 양념이 밴다. 그 자체로 몇 입 맛을 보다가 적당히 물을 넣어 초고추장을 추가해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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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새콤.달콤함에 가자미의 쫀득함, 게다가 국물의 시원함이 가미돼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입맛이 확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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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골 장어구이(052-243-2842)=민물장어.양념숯불구이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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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물엿.한약재를 넣어만든 양념간장을 종업원들이 식탁에서 앞뒤로 여러차례 발라 구어준다. 향긋하게 익어가는 장어 냄새를 못참아 다 익기도 전에 먹어도 되느냐고 몇 차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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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뼈와 머리를 푹 고은 장어국물은 후추를 듬뿍 넣어 느끼함을 없앴다. 몸 생각해 몇 그릇씩 마시는 손님도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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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내부에 울산시 문화재로 지정된 1억년 전 공룡 발자국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학습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3㎏(두마리 정도)에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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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쌈밥(052-249-6556)=신선초.겨자채.참나물.쑥갓.케일.적근대 등 신선한 20여가지 쌈거리가 등장한다. 반찬도 돼지불고기.고등어구이.꼬막.표고버섯 볶음.잡채 등 한정식 수준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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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거리 두세가지를 깔고, 거기에 밥 한술 얹고 돼지불고기.고추.마늘에 쌈장까지 바르고 나면 턱이 빠지지 않을까 우려돼 입 벌리기가 겁난다. 조개.호박.두부.양파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도 짭조름하면서 구수하다. 일인분에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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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고래고기 할매집(052-271-7313)=고래고기의 명산지인 장생포에서 바쁜 울산 시민들을 위해 시내에 분점을 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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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육회처럼 참기름과 배를 넣어 무친 고래고기 육회가 2만5천원. 가슴살.꼬리.수육.내장 등이 함께 나오는 고래고기 모듬은 6만원. 초고추장.소금장.멸치젓갈.된장 등 다양한 찍음장이 나오는데 고기 부위에 따라 찍음장을 달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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