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농업협동조합이다. 조합이다. 조합은 뭐냐하면 약자들의 연대다. 힘 센 자들에 대항해서 약자들이 뭉친 조직이 조합이다. 노동조합도 있고 협동조합도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사회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해낸 참으로 귀한 단체다. 그래서 내적으로 평등의 원리가 작용한다.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 1표다. 100억을 출자한 자나 5만원을 출자한 자나 무조건 한 표다.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농협은 상향식으로 구성되지 않고 하향식으로 구성되면서 약간 기형적인 모습을 띄고 있으나 그래도 귀하다.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으나 나는 농협이 가락시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농업을 떠받치는 큰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단위 농협은 조합원이 주인이다. 농협에 가면 금융사업부가 있고 경제사업부가 있다. 경제사업부는 구매계와 판매계가 있다. 각종 농자재 파는 곳이 구매계다. 사람들은 왜 물건을 파는 곳이 왜 구매계인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조합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기 위해 예를 들면, 구매계는 이런 것이다. 혼자서 물건을 사면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 생산자가 정해놓은 값을 깎을 수도 없고, 어떤 물건은 소량이라서 구매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물건을 사면 생산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다. 그래서 조합을 구성한 것이다. 조합원들이 쓸 물건을 구매해 오는 곳이라서 구매계인 것이다. 조합원들이 직접 물건을 알아보고 견적을 받고 품질을 따져서 물건을 사와야 할 것이나 농사짓느라고 바쁜 관계로, 사람을 고용해서 이 일을 대신 하도록 하고, 월급을 주는 것이다. 농협 직원은 그래서 조합원들이 고용한 활동가다. 직원이라기 보다는 조합 활동을 하는 활동가라고 해야 맞다. 그래서 구매계에서 근무하는 조합 활동가는 전문성을 키워가면서 조합원들이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서 활동해야 한다. 업자하고 짜웅해서 와이루나 받아 챙기면서 조합원들한테 바가지를 씌우거나 무능하거나 게을러서 조합원들이 질도 나쁘면서 값만 비싼 물건을 쓰도록 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조합 활동가들이 이런 짓을 할지 몰라서 조합원 중에 한 사람을 뽑아 활동가들이 일을 잘 하는지 관리 감독을 하도록 했는데, 이 자가 조합장이다. 조합장은 전체 조합원이 직선으로 뽑는다.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위임해준 여러 권력을 가지고 조합원들에게 각종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활동가들을 관리 감독하고 조합활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 그런데 조합장이 혹시라도 딴 맘 먹고 딴 짓 할까봐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감사를 둬서 또 조합장을 견제하고 감시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조직체계인가! 금융업무도 마찬가지다. 농사꾼들이 시중 은행 찾아가 봤자 국물도 없다. 땡전 한 푼도 빌리기 어렵다. 그나마 농협이 있으니 숨을 돌릴 수 있다. 농협은 결코 나쁘지 않다. 좋은 조직이고 훌륭한 조직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문제가 많은가? 내 생각에 조합원들이 문제가 많아서 그렇다. 조합원들이 깨어서 조합을 움켜쥐면, 농협은 훌륭한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례를 보고 싶으면 경기도에 있는 고삼농협(조합장 조현선)을 보면 된다. 다른 한 편 단위농협 말고 농협중앙회라는 것이 있다. 얘가 골치 덩어리다. 또 도시에 택도 없이 각종 농협이 있다. 조합원 명부가 있으나 농사짓는 자는 없는 농협들이 도시에 많다. 각종 혜택과 특권을 누리는 도시농협들. 얘가 진짜 골치 덩어리다. 이 둘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못 댄다. 시골로 가서 농사를 지을 생각이면 무조건 그 지역 농협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 조합원이 돼서 조합 주인 노릇 하는 법을 지역 농민들한테 전파해야 한다. 그래서 조합원이 주인 노릇을 하는 진짜 조합으로 바꿔내야 한다. 이렇게 단위 농협이 다 바뀌면, 또는 다 바뀌어야 아마도 농협중앙회를 손 봐 줄 수 있을 것인데, 그 세월이 올지 말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역에 있는 단위 농협은 조합원이 주인이므로 이 조합의 운영에 대해서는 조합원들한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조합의 수준이 곧 조합원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농협은 결코 나쁜 조직이 아니다. |
가져온 곳 : http://211.115.218.173/board/refarm2/view/11826/ (사)전국귀농운동본부의 놀부님께서 쓰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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